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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 감상

한식당 난포(NANPO)가 회상하는 낙원과 바다

by oden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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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Restaurant

난포(NANPO)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8 B1. 1F

 


 

01 공간 정보

방문 시기: 2022. 04. 09.

공간 장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8 B1. 1F

공간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nakwon_official/

예약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nanpo_official/

요금: 이미지 참고

난포 한남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8 B1. 1F

 


 

02 공간 추가 정보

 

낙원그룹에서 런칭한 한식당, 난포입니다.

손녀 분께서 바닷가에 사시던 외할머니의 음식을 소개하는 컨셉인데요.

얼마 전 박나래와 입짧은햇님이 나오는 줄서는 식당에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 역시 이 방송을 보며 먹어보고 싶다고 혼잣말을 하시기에 제가 냉큼 예약을 잡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너무 자극적이거나 텁텁하지 않고 슴슴한 음식을 좋아하시는 50대 이상 어른들께 소개시켜드리면 참 좋을 것 같아요.

2030인 제 입맛에는 정말 집밥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머니는 정말 맛있다고 맛있게 드시더라구요.

어르신들 말투 아시죠? 좋으면서 괜히 툴툴대고 츤데레처럼 말씀하시는데, 이번에는 정말 좋으셨나 봐요.

극찬하시더라구요. 성수는 웨이팅도 너무 기니까 그냥 한남으로 가시거나 배달시키셔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난포에 들어가서 앉으면 주류 냉장고 위에 컨셉이 되는 문구가 있는데요.

 

푸르디 푸른 바다, 난포 짙은 바다색 만큼이나 그리운 나의 외할머니.

그 옛날 손녀만을 위해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그리운 음식.

처음에는 난포가 형용사인 줄 알고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난포가 남해 지역의 옛말이라는 포스팅이 있더군요.

그리고 경상남도 창원시에 난포리라는 어촌이 있습니다.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는 한식당인 만큼, 그리운 고향의 이름을 상호명으로 지정하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난포의 곳곳에는 외갓댁의 인테리어와 손녀 분의 기억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천장의 시트지에는 어선, 등대, 돌섬, 갈매기들과 일출, 돌산 등... 바닷가 마을에서 찾을 수 있는 간단한 드로잉이 반복적으로 놓여 있습니다. 담금주가 진열된 장식장 밑, 정겨운 자개에도 자세히 보면 같은 모양의 드로잉이 그려져 있습니다. 둥그런 중심부에는 난포의 타이포그래피가 도장처럼 파여 있네요.

 

외갓댁에서 보았던 담금주들, 짙은 목가구, 잘 관리된 난과 루바벽.

저희 친가도 딱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불투명 유리 파티션과 타일 테이블을 보시면요. 제 눈에는 옛날 느낌이 날 뿐이지만 어머니 말로는 다르더라구요. 전부 주방에서 많이 쓰이던 거라고 하데요. 부엌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주방에서 이런 인테리어가 많이 사용됐대요. 실제로 저 테이블 뒤쪽에서 직원 분들이 서빙을 준비하십니다. 음식은 다른 층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덤웨이터)로 이동되더라구요.

그리고 추가로... 대부분 80년대 후반 정도 유행했던 음악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상은의 담다디처럼요.

저희 어머니는 인천에 살았는데 담다디가 나올 적에는 이런 주방 유행이 없었다고 하는 걸 보면....

아마 난포 대표님께서는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은 외갓집에 산 기억이 있으셨나 봐요.

공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ㅎㅎ

제가 공간을 파먹듯이 리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03 공간 후기

 

저는 네이버 예약으로 11시를 잡아두었는데요, 차가 너무 막혀서 11시 15분쯤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따로 예약석을 준비해두진 않으시나 봐요. 예약했다고 하니 남은 자리 중에 앉으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마 오픈이 11시였는지... 사람들은 꽉 찼는데 음식은 천천히 나왔습니다. 40분 걸렸어요.......

그런데 저희가 들어가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 웨이팅이 엄청 길더라구요. 차라리 안에서 기다린 저희가 낫더군요.

줄서는 식당에 나온 돌문어간장국수, 강된장쌈밥, 새우감자전을 시켰습니다. 양이 어떤지 몰라서 물어보니 강된장쌈밥은 8개만 나와서 그냥 처음부터 3개 시키는 걸 추천하더군요. 나중에 시키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주문이 순차적으로 들어가서 아주 나중에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여성 두 분이서 가셔도 3개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순위를 나열하자면 새우감자전 > 돌문어간장국수 > 강된장쌈밥입니다.

어머니는 돌문어간장국수 > 새우감자전 > 강된장쌈밥 순으로 좋아하셨습니다.

참, 그리고 다른 테이블을 보니까 다들 제철회묵은지말이를 드시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먹고 싶었는데 옆자리한테 강된장쌈밥 트레이드 요청할 뻔.....

 

간장국수는 문어가 정말 하나도 안 질긴데 소스를 왜간장을 썼는지 살짝 새큼하니 달아요. 그리고 소스가 묽어서 자꾸 휘저어서 먹어주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수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에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추천.

케일 잎에 싼 강된장쌈밥입니다. 모양이 예뻤습니다. 뭐... 그냥 밥에 강된장 조금 비벼서 쌈채소랑 먹는 맛이었던지라 딱히 리뷰할 게 없네요. 정말 집밥 같아요.

새우감자전입니다. 보리새우와 칵테일새우로 감자 채썬 것을 튀긴 것 같은데요. 감자의 식감이 그대로 씹혀서 입에서 오래 잔류하고요. 그 잔류하는 사이에 치즈와 김치 시즈닝 가루가 조화롭습니다. 아 이거 정말 맛있었어요. 제가 밥을 천천히 먹는 편이라 오랫동안 놔두었는데 전혀 누지지 않고요. 수란도 탱글해서 흰자가 젤리처럼 모양을 유지해서 전이랑 같이 먹기 좋았습니다. 노른자는 뭐 터질 수밖에 없는데 정말 비리지 않고 고소했어요.

아무래도 질릴 수 있는 맛인데, 딱 질릴 쯤에 수란 터뜨려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 오래 갔습니다. 맛있더라구요.

그리고 방금 찾아보니 새우는 지속 가능한 어업을 추구하는 선장님이 낚은 새우라고 합니다. 작년에 씨스피라시가 크게 이슈가 되었죠. 거기서 어업이 얼마나 환경에 해로운지 서술해두었던 터라, 해산물을 먹는 게 조금 죄책감이 들었었는데 이렇게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서 참 기쁩니다.

저희는 운좋게 대기 없이 들어왔지만, 사진만 보셔도 밖에 얼마나 땡볕에 웨이팅을 하는지 보이시죠? 인스타그램 첫 게시글에 더 많은 손녀 손자들에게 음식을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밖에 젊은 사람들 너무 열심히 기다려요. 술 한 잔 천천히 걸칠 새도 없이 얼른 먹고 나오게 됩니다. 웨이팅 없는 평일 오전 정도에는 어른들 모시고 가기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의 낙원이었을 유년기. 그 낙원의 바다 내음을 이해하고 함께 회상할 수 있는 한식당 난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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