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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 감상

율리아 아이오실존 展 <Nocturnal> -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반투명한 벽

by oden 2024.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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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RY SEOUL

Yulia Iosilzon

<Nocturnal>

 


 

01 전시 정보

 

방문 시기: 2022. 04. 10.

전시 기간: 2022. 04. 08 - 2022. 06. 05

전시 장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3

전시 공간 홈페이지: http://foundryseoul.net

작가 홈페이지: https://www.yuliaiosilzon.com/

요금: 무료 (네이버 예약)

파운드리 서울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3 지하 1,2층

 


 

 

 

 

02 작가 정보

작가 인스타그램 (2024년 8월 22일 갱신)

 

 

우선 율리아 아이오실존의 작품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아이오실존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전승되어 오는 원형적 이야기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이미지를 모티프와 상징으로 삼아 동화나 만화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낸 것 같은 환상적인 회화를 그린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서는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작가는 각각의 상징에 내포된 다중의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활용하여 인간의 심리, 영혼, 실존적 조건이나 동시대의 사회상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날카로운 질문을 숨겨놓는다. 아이오실존 회화의 두드러지는 물질적 특성인 겹겹이 덧발라진 물감층과 뒷편의 나무 프레임이 비쳐 보이는 반투명한 캔버스 역시 작품의 이러한 다층성을 가시화한다.

배포된 전시 포스터를 보면 이러한 속성이 아주 잘 드러나는데, 나는 이렇게 주제를 관통하는 작업물이 너무 좋다.

반투명한 캔버스, 뒷면에 인쇄된 것이 비친 듯 불투명하게 반사된 로고.

율리아 아이오실존의 타이포그래피에 나비, 버섯, 달팽이, 연못의 특성이 보인다.

전시는 개구리, 덩굴, 뱀 등이 더 많이 나오는데, 내가 더 못 찾는 중.

 

 

실제 포스터는 뒷면이 있으니 이렇게 인위적으로 뒷면을 나타낼 필요가 없어 현실의 이면을 더욱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번 전시의 주요한 시간적 배경은 밤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낮 동안 분주했던 이성이 잠들고 몸이 회복하는 고요한 시간이자 감성과 상상력이 깨어나는 깊은 밤과 새벽녘의 독특하고 마법적인 분위기 속으로 도피해보기를 제안한다. 금빛 노랑과 암적색, 짙은 청색과 녹색의 짙은 색깔 조합으로 그려낸 진하고 풍부한 색감의 신작들은 전작에 흐르던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과는 사뭇 대조를 이루는 새로운 미감을 제시하고, 아이오실존의 세계가 얼마만큼 다채롭게 뻗어 나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글을 읽으며, 깊은 밤과 금빛 노랑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가디언즈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떠올랐다.

부기맨이 악몽을 흩뿌릴 때 샌드맨이 나타나는 장면. 샌드맨의 등장으로 악몽은 사라지고 꿈과 희망이 세계로 돌아온다.

율리아 아이오실존은 아주 대놓고 밤과 환상과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소위, "경이로운 연약함"으로부터 표현된다.

 


 

 

 

 

03 감상 후기

 

작가가 어린 시절 보았던 연못의 일부를 뚝 떼어다 놓은 전시 초입.

 

작가의 회화는 이렇듯 연약한 색감을 띄는데, 개중 집중해서 보아야 할 부분은 반투명한 캔버스이다.

동화처럼 맑고 둥근 회화로 친밀감을 주되, 십자 모양의 왁구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투명한 캔버스로 거리감을 준다.

철저하게 동화라는 듯 꾸준하게 인지시키고 있다.

애초에 고요한 시간으로 도피하여 편안하게 휴식하라는 의도인 만큼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율리아의 그림을 통해 가볍게 동화 속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것은 오롯이 그림일 뿐이니 다시 현실로 돌아갈 길을 아주 크게 열어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

 

작가는 서너 개의 회화를 동시에 그리기도 한다는데, 그 그림은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본인의 작업에서조차 도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하 1층의 제1 전시실의 전경이다. 탁 트인 공간에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아 감상하기 좋았다.

지하 1층은 나른한 늦은 오후의 물속 세계 장면들과, 해 질 무렵의 황급빛으로 물든 회화 시리즈를 소개했다.

제2 전시실에서는 수중 세계와 반 중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숨은 공간에 걸린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짙은 색감을 띈다.

연못은 작가에게는 자유롭고 안락한 도피처로써 기능한다.

우리는 구석진 곳에 걸린 작가의 가장 깊은 내면을 내도록 바라볼 수 있다.

 

 

보이드 구간에 있는 대형 회화는 너무 커서 제대로 담지 못 했는데 꼭 직접 가서 보기를 바란다.

벌 모양의 세라믹 작업은 회화를 전시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성질을 띈다.

제1 전시실까지 아우르는 환상.

 

길을 따라 다시 1층으로 올라가면 다른 작가의 개인전이 이어진다. 그 길의 사진이다.

 


 

04 결론

 

율리아 아이오실존은 관람자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작가는 동화 이미지를 통해 친밀하게 다가오면서도, 반투명한 캔버스와 겹겹이 쌓인 물감층을 통해 다층적이고 복잡한 인간의 심리와 실존적인 질문을 건넨다. 미묘한 경계에서 관람자는 상상력과 감성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율리아의 그림을 통해 상상 속으로 도피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상징적 장치가 있어, 현실과의 괴리를 잘 표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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