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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 감상

재즈카페 - 깨지고 부서지는 핸드릭스커피로스터스

by oden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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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동교동에서 스터디를 하기로 했는데, 스터디 장소 주변에 핸드릭스커피로스터스라는 카페가 있어서 아무 기대 없이 왔다가 꽤 마음에 들었다.

음악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지미 헨드릭스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

유튜브 쇼츠에 뜨는 '역대 기타리스트 순위', '역대 최고의 기타 리프' 등의 주제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영웅적 아티스트. 현대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연구자이기도 함.

어쨌거나 핸드릭스라는 이름에서 '음악 카페'라는 게 강하게 느껴진다.

궁금증에 지미 핸드릭스를 검색해 보니, 바로 연관 검색어에 '지미 헨드릭스 기타 불'이 떴다. 무슨 일인고 하니, 핸드릭스는 공연 도중에 기타에 불을 붙이는 퍼포먼스로 어떠한 반열에 올라갔다고 한다.

그는 "내가 기타를 불살랐을 때 그것은 하나의 희생과 같다. 당신도 사랑하는 것들을 희생하지 않는가?"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기타리스트에게 기타를 빼면 무엇이 남는가? 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기타리스트는 기타 없이 기타리스트로 기능할 수 있는가? 자기파괴 후에는 무엇이 남는가?

 
 

이 핸드릭스커피로스터스 카페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LED 벽난로가 있다. 대개 벽난로는 COZY한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되지만, 차가운 모듈형 가구에 조합된 벽난로는 정반대로 파괴적인 느낌을 준다. CD와 LP를 불태우는 듯했다. 내 영혼과 공명한 음악들을 깨뜨리고 부수어서 성장하는 노력이 아닌지.

 

기타넥으로 만든 문 손잡이는 이런 자기 (취향 본질 특장점 등) 해체의 결에서 아주 어울린다.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이러한 제단이 보인다.

네온사인으로 쓰인 글씨는 지미 핸드릭스의 명언(유명한 말?).

Let's shake left hands because they're nearer to my heart -Jimi Hendrix

왼손으로 악수합시다. 그 쪽이 내 심장과 가까우니까.

사실 지미 핸드릭스가 한 말은 Shake my left hand man, it's closer to my heart.

여기서 사장님의 위트가 느껴졌다.

지미 헨드릭스의 철자는 사실 HENDRIX인데 HANDRIX로 변경한 것도 그렇고(아마 손으로 내리니까 HAND를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지ㅋㅋ)

 

핸드릭스커피로스터스는 참여형 공간을 꾸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곡을 요청하는 시스템이 있을 뿐더러, 책장을 들이고 책을 놓을 때에도 카페 이용자들의 사연이 담긴 책을 받아서 채워넣고 싶어 하신다. 애정이 보인다.

가장 안쪽에는 이런 회의실이 있는데, 카메라나 이런저런 오디오시스템이 진열되어 있다. 대개 이렇게 여기저기서 그러모아서 공간을 만들면 컨셉을 잃는데 여기는 일관된 톤다운이 눈에 띈다.

제일 중요한 커피를 너무 늦게 썼다.

아메리카노는 산도가 깊고 살짝 진한 커피.

다양한 시그니처 메뉴가 있는데, 사실 카페는 아메리카노 잘하는지 보면 감이 오니까.

나는 커피잔에 저렇게 크레마 붙는 커피를 높게 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자 하는 의도.

자기 파괴는 보다 나은 나로 태어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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